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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안 빌려주니 집주인이 빌려준다? ‘이재명 대출’ 적절?

“대출규제의 비현실성 드러낸 우회 거래” vs “매도자와 매수자가 합의한 합법적 거래 방식”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이른바 ‘이재명 대출’ ​이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매수자에게 집을 파는 매도자가 매매대금 일부의 지급을 미뤄주고, 대신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하면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대신 집주인이 매수자에게 일종의 ‘외상’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이 크게 주목받은 계기는 이재명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매각이었습니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지난 7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를 29억 원에 매도했습니다. 그런데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기 전에 소유권을 넘겨받았고, 이 대통령 부부는 해당 주택에 17억7천만 원대의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청와대는 매수인의 사정을 고려해 잔금 지급 시점을 늦춰준 것이며, 매수인은 이후 잔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면 이 대통령이 매수자에게 현금 17억여 원을 건넨 것은 아닙니다. 받아야 할 매매대금의 상당 부분을 당장 받지 않고 채권으로 남겨둔 뒤, 이를 보장하기 위해 팔았던 집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에 가깝습니다.

이른바 ‘셀러 파이낸싱’은 한국에서 새로 만들어진 제도도, 그 자체로 불법인 거래도 아닙니다. 매수자가 매매대금 일부를 나중에 지급하고 매도자가 이를 담보하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거래는 사인 간 계약을 통해 가능합니다.

대출 규제로 잔금 마련이 어려워지자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빌려주는 이른바 ‘이재명 대출’이 등장했습니다. 규제가 낳은 꼼수라는 비판과 합법적 거래라는 주장이 맞섭니다. #이재명대출 #부동산대출규제 #주택담보대출 #부동산
대출 규제로 잔금 마련이 어려워지자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빌려주는 이른바 ‘이재명 대출’이 등장했습니다. 규제가 낳은 꼼수라는 비판과 합법적 거래라는 주장이 맞섭니다. #이재명대출 #부동산대출규제 #주택담보대출 #부동산

하지만 이번 거래가 유독 큰 논쟁을 부른 이유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때문입니다.

현재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가격에 따라 최대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1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 원,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 원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금융권 대출만 이용한다면 29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2억 원에 그칩니다.

그런데 매도자가 잔금 10억 원이나 15억 원을 몇 달 또는 몇 년 뒤에 받기로 하고 근저당권을 설정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금융회사에서 받는 주택담보대출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주택가격별 대출한도를 직접 적용받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거래가 알려진 뒤 서울 송파·서초·강남권 등에서는 매물 설명에 ‘매도인 대출 가능’​이라는 조건을 내건 사례가 등장했습니다. 한 28억6천만 원짜리 아파트 매물에는 매도자가 최대 5억 원의 대금을 나중에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거래를 두고 강력한 대출규제가 만들어낸 일종의 풍선효과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반대 측, 즉 현행 대출규제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이재명 대출’이 현재 규제의 비현실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은행을 통해 빌릴 수 있는 돈을 2억 원으로 막아놓더라도 집을 사고 싶은 사람과 팔고 싶은 사람이 존재한다면 거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신 당사자들은 매도자 금융이나 가족·지인 간 대출, 법인 자금 등 제도권 금융 밖의 다른 방법을 찾게 됩니다.

결국 금융기관을 통한 투명하고 관리 가능한 대출은 막으면서 상대적으로 위험하고 불투명한 사적 금융을 늘리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매도자가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현행 대출규제의 효과를 크게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30억 원짜리 아파트를 팔면서 매도자가 15억 원을 몇 년 뒤에 받기로 한다면 매수자는 은행 대출한도와 별개로 사실상 15억 원의 추가 자금조달 효과를 얻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25억 원 초과 주택은 최대 2억 원만 대출할 수 있다’고 규제하는 의미가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히려 현금 여유가 많은 매도자는 직접 금융을 제공해 집을 팔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매도자는 같은 방식으로 거래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장의 형평성이 더 왜곡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위험입니다.

은행은 대출자의 소득과 부채, 신용도 등을 심사하고 DSR 등 금융규제를 적용합니다.

하지만 사인 간 거래에서는 이런 금융기관 수준의 심사나 소비자 보호 장치가 없습니다.

매수자가 약속한 시점에 잔금을 갚지 못하면 매도자는 근저당권을 실행해야 하고, 경매와 민·형사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고강도 대출규제가 오히려 주택금융을 제도권 밖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대통령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적인 논란도 커졌습니다.

야권에서는 국민에게는 고가주택 대출을 제한하면서 대통령 본인의 부동산 거래에서는 금융권 규제를 받지 않는 매도자 금융 방식을 이용했다며 ‘대출규제를 우회한 꼼수’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이를 대출규제의 허점이나 꼼수라고 보는 것 자체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우선 매도자와 매수자가 매매대금 지급 시기를 어떻게 정할지는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 계약의 영역입니다.

집을 팔 때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지급일을 나누는 것 역시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입니다. 잔금을 모두 받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권을 먼저 넘겨야 한다면 매도자가 자신의 채권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도 법적으로 가능한 방법입니다.

은행 대출을 속이거나 허위 서류를 제출해 규제를 회피한 것도 아닙니다.

이 대통령의 거래 역시 등기부에 근저당권이 공개적으로 설정됐고, 청와대는 매수자의 사정 때문에 잔금 지급을 유예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개인 간 매매대금 지급 방식에까지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는 것입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목적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과도한 신용을 공급해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을 막는 데 있습니다.

매도자가 자기 재산을 처분하면서 매수자의 잔금 지급을 일정 기간 기다려주는 것까지 정부가 금지한다면 개인의 계약 자유와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는 반론입니다.

또 이런 거래는 매수자에게만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매도자는 매매대금을 제때 받지 못한다는 위험을 부담합니다. 매수자가 채무를 갚지 못하면 상당 기간 자금이 묶이고 직접 채권을 회수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따라서 모든 매도자가 이런 방식을 선택할 이유도 없고, 일반적인 은행 대출을 완전히 대체할 정도로 확산되기는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즉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신용을 제공한다’는 거래 형태 자체는 특별하거나 불법적인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은행 대출을 강하게 제한한 결과 매수자와 매도자가 제도권 금융 밖에서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을 찾아낸 것을 현행 규제의 실패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정부가 금융기관의 대출을 통제하는 것과 개인들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매매조건을 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하는지에 있습니다.

이 기사의 찬반 투표

“이재명 대출”은 대출규제의 비현실성을 보여주는 꼼수적 매매 방식일까요, 아니면 매도자와 매수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정상적인 거래 방식일까요?

  • 합법적인 정상적 매매 방식이다. 매도자가 매매대금 일부를 나중에 받기로 하고 그 채권을 보호하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된 거래다. 금융기관에 적용되는 대출규제와 개인 간 매매계약은 구분해야 하며, 당사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합의한 지급 조건까지 ‘꼼수’라고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
  • 대출규제의 비현실성을 보여주는 꼼수적 매매 방식이다. 25억 원이 넘는 주택은 은행에서 최대 2억 원밖에 빌릴 수 없도록 해놓고 매도자가 수십억 원의 잔금을 대신 유예해주면 사실상 규제를 손쉽게 우회할 수 있다. 정부가 정상적인 금융권 대출을 지나치게 억제한 결과 주택금융이 사인 간 대출과 근저당 거래로 이동하는 것은 현행 대출규제의 허점과 부작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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