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해야 할까?
“70년 동맹의 책임도 나눠야” vs “논쟁적 전쟁에 성급히 뛰어들 이유 없어…11월 미 중간선거까지 지켜봐야”
한국 정부가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적 기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파병이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실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군사적·비군사적 방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군수지원함이나 P-8A 해상초계기, 기뢰 제거 전력 등의 파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에도 남의 바다가 아닙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60%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항행이 불안해질 경우 국제유가뿐 아니라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호르무즈의 불안이 단순한 해적이나 테러 위협 때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압박하고, 이란은 미군 함정과 선박을 겨냥한 위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양측의 군사적 충돌도 다시 격화됐습니다. 한국군이 이 해역에 들어갈 경우 명목상 ‘항행의 자유’를 위한 임무라 하더라도 이란이 이를 미국 편에서 전쟁에 참여하는 행위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질문은 이것입니다.
70년 넘게 미국의 군사적 보호와 한미동맹의 혜택을 받아온 한국이 미국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군사적 책임을 나눠야 할까요?
아니면 한국의 안보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논쟁적인 중동전쟁에 성급하게 군대를 보내지 말고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까요?

파병해서는 안 된다
“동맹이라고 모든 미국의 전쟁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 측은 한미동맹과 미국이 벌이는 개별 전쟁에 대한 참여는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쟁은 북한의 남침과 같이 국제적으로 성격이 명확한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전쟁의 발단과 미국·이스라엘의 군사행동, 이란에 대한 봉쇄와 공격의 정당성, 향후 전쟁의 목표를 둘러싸고 국제적으로 상당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군이 호르무즈 해협에 들어가는 순간 이러한 전쟁에 대해 사실상 미국의 입장에 서는 외교적 메시지를 보내게 됩니다.
설령 한국군의 임무를 군수지원이나 기뢰 제거로 제한하더라도 전쟁 중인 해역에서 미군의 작전을 지원한다면 이란은 이를 중립적인 ‘항행 안전 활동’이 아니라 미국 측에 대한 군사 지원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한국 선박이나 기업, 교민이 이란의 보복 대상이 되거나 향후 중동 외교에서 한국의 운신 폭이 좁아질 위험도 있습니다.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해서 미국이 참여하는 모든 군사분쟁에 한국군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미국 국내 정치입니다.
미국에서는 현재 이란 전쟁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을 추가로 확대하는 것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피로감과 고유가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 스스로도 중간선거 이후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파병을 결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전쟁이 몇 달 뒤 협상 국면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반대로 미국이 중간선거 이후 군사작전을 더욱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군을 먼저 파견했다가 전쟁이 확대되면 임무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 것인지라는 더 어려운 문제가 발생합니다. 처음에는 군수지원함 한 척이나 초계기 몇 대였다가 미군 함정이 공격받으면 호위 임무가 추가되고, 다시 기뢰 제거와 방공 임무가 요구되는 식의 ‘임무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파병 여부를 결정하기보다 외교·정보·경제적 지원을 유지하면서 적어도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이후 미국의 대이란 전략이 어떻게 정리되는지를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국내 여론도 신중론에 가깝습니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5%로 나타났습니다.
파병해야 한다
“동맹은 필요할 때만 찾는 보험이 아니다”
찬성 측에서 가장 강하게 제기할 수 있는 논리는 한미동맹의 상호성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파견했습니다.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약 3만7천 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었고 9만 명 이상이 부상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미국은 한국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현재도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며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는 핵심 전력 가운데 하나로 역할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사령관 역시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공격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군사적 위협에 처했을 때는 미국의 희생과 군사력을 당연하게 요구하면서, 미국이 동맹국에 국제 해상교통로 보호를 위한 기여를 요청할 때마다 “한국과 직접 관계없는 전쟁”이라며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동맹이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한미동맹이 일방적인 안보 서비스가 아니라면 한국 역시 일정한 위험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임무가 이란 본토 공격이나 직접적인 전투 참여가 아니라 군수지원, 해상초계, 기뢰 제거, 민간 선박 보호 등으로 제한된다면 위험을 관리하면서도 동맹국으로서의 책임을 보여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 자체가 한국의 국익이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한국 경제는 중동산 원유에 크게 의존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선박 운항이 장기간 위축될 경우 유가와 물류비가 급등하고 한국 기업과 소비자 역시 직접적인 피해를 입습니다.
따라서 파병을 단순히 ‘미국의 전쟁을 돕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에너지 수송로를 한국군이 직접 보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전쟁의 역사와 현재의 주한미군 존재를 고려할 때, 국제사회와 미국의 군사적 도움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한국은 어떤 군사적 부담도 지지 않겠다는 태도야말로 한미동맹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결국 쟁점은 ‘동맹의 책임’이 어디까지인가입니다
한국은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통해 지난 70여 년 동안 상당한 안보적 이익을 얻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막대한 희생과 지금도 한반도에 주둔하는 2만8,500명의 미군을 생각한다면, 미국이 안보 부담을 요청할 때 한국 역시 일정 부분 책임을 나누는 것이 동맹의 기본이라는 주장은 충분히 성립합니다. 반면 동맹의 상호성이 미국이 선택한 모든 전쟁에 대한 자동적인 군사 참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현재의 이란 전쟁처럼 국제적으로 정당성과 향후 목표를 둘러싼 논쟁이 크고, 미국 내부에서도 11월 중간선거 이후 정책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면 한국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가능합니다.
이 기사의 찬반 투표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군 병력과 군사자산을 파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파병해야 한다
- 파병해서는 안 된다
독자 의견
eunh**** · 2026.09.08 06:35
반대하면 북한 아닌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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