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을 누가 견제할 것인가?
정성호 전 장관도 우려한 ‘보완수사권 폐지’…수사·기소 분리의 완성인가,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 공백인가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나눈 대화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8월 4일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참석을 앞두고 다른 위원들과 대화하던 정 전 장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생각하는 것보다 부작용이 많을거예요. 정성호가 검사들한테 둘러싸여서 검사됐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냉정하게 법률가로서 하나하나 작동되는 상황들 보면 전 못 견딜 거라고 봐요
이어 판사에게 “판사님도 재판하면서 수사하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되면 부실한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검사뿐 아니라, 결국 재판을 맡은 판사까지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뼈 있는 농담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정 전 장관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이른바 ‘검찰개혁’을 추진해온 인물입니다. 그러나 검사의 보완수사권까지 완전히 없애는 방안에는 “억울한 1%의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무엇이 달라지나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주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지난 7월 31일 국회를 통과했고, 8월 4일 공포됐습니다. 시행일은 오는 10월 2일입니다.
개정법은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삭제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소청 검사는 직접 사건을 인지해 수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빠진 증거를 직접 확보하거나 피의자와 참고인을 조사하는 ‘직접 보완수사’도 할 수 없게 됩니다.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만 있습니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한 달 안에 요구사항을 이행해 결과를 다시 보내야 합니다.
다만 검사의 경찰 견제 권한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개정법에는 다음과 같은 장치가 포함됐습니다.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와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해당 경찰관에게 공정한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상급 수사관서나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경찰의 불송치 사건도 기록과 증거목록을 공소청에 보내도록 했습니다.
피해자와 고소인은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신청하고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기소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 사건 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사실관계 확인’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얻은 진술과 자료는 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즉 쟁점은 ‘경찰이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게 됐느냐’가 아닙니다. 검사가 직접 부족한 수사를 보완하지 못하고 경찰에 다시 요구만 하는 구조로도 충분한 견제가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커지는 경찰 불신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 실종사건 부실 처리 의혹은 경찰에 수사와 사건 종결 권한을 집중시켜도 되는지를 둘러싼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장미란 씨 실종신고를 접수한 뒤 신고자에게 “장 씨와 연락이 닿았지만 위치를 알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 내부 시스템에는 장 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입력해 실종자 관리목록에서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2시간여 만이었습니다.
장 씨는 실종 102일 만에 숙소에서 약 400m 떨어진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같은 경찰관이 담당한 60대 남성 실종사건도 ‘소재를 발견했다’는 허위 사유로 종결된 뒤, 해당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제주에서는 사흘 사이 실종자 4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가운데 허위 종결된 사건은 장 씨와 60대 남성 사건 등 2건입니다. 경찰은 해당 경찰관이 실종수사팀에서 처리한 298건을 전수조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종자 수색·관리는 일반적인 형사사건 수사와는 절차가 다릅니다. 따라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있었다면 장 씨 사건을 반드시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한 경찰관이 상급자의 실질적인 검증 없이 기록을 허위로 입력하고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중요한 질문을 남깁니다. 한 기관이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사실상 전 과정을 맡을 때, 그 기관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면 누가 이를 발견하고 바로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형사법개정에 찬성하는 입장
“수사와 기소는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찬성 측은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행사해온 구조 자체가 권한 남용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검사가 원하는 결론을 정해놓고 직접 보완수사를 반복하거나, 경찰에 특정 방향의 수사를 요구한 뒤 자신이 기소까지 하는 구조에서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려면 검사는 경찰이 수집한 증거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지, 직접 증거를 만들거나 수사 방향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개정법에도 보완수사·재수사 요구권과 징계 요구권, 다른 수사기관 지정권, 피해자의 이의신청권 등이 남아 있습니다. 경찰의 잘못은 경찰에 대한 외부 감시와 내부 승인 절차, 독립적인 사건심사제도 등을 강화해 해결해야지, 과거 권한 남용 논란을 일으킨 검찰에 다시 수사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검찰과 경찰이 같은 사람을 반복 조사하면서 발생했던 수사 지연과 이중수사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개정 절차에 반대하는 입장
“요구만으로는 부실수사를 바로잡을 수 없다”
반대 측은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는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이 아니라, 잘못된 수사를 직접 바로잡을 수 있는 권한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찰이 증거를 누락하거나 사건을 축소한 상황에서 같은 경찰에 다시 수사를 요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겠느냐는 것입니다. 경찰이 형식적으로 보완수사를 마친 뒤 같은 결론을 보내면 사건 처리가 길어지고, 그사이 증거가 사라지거나 피해자가 지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사건이 제대로 전산에 등록되지 않거나 기록 자체가 허위로 작성되면 공소청 검사가 기록을 검토하는 사후 통제도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제주 실종사건처럼 현장 경찰관이 사건을 사실상 ‘없는 일’로 만들어버리면 다른 기관이 개입할 계기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검사는 법정에서 범죄를 입증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미흡해도 직접 참고인을 조사하거나 긴급한 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면 부실수사의 부담은 결국 피해자와 법원에 돌아갈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은 국민의 신체와 자유,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좌우하는 기본 절차법인 만큼 충분한 토론 및 검증 없이 빠르게 바꿨다는 정성호 전 장관의 지적도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이 기사의 찬반 투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한 개정 형사소송법을 오는 10월 2일부터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
- 시행 전에 다시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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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의견
mapl**** · 2026.08.31 23:47
대한민국이 스스로 망하는 길을 선택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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