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우크라이나에 ‘하늘의 방패’를 보내야 할까?
젤렌스키의 방공체계 지원 요청…대러 관계 관리와 자유주의 국제질서 수호 사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국에 방공체계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 공개한 인터뷰에서 “한국으로부터 우리가 부족한 방공체계를 지원받고 싶다”며 양국이 드론 기술 등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현대전 경험과 군사기술을 습득할수록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안보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다만 공개 발언에서 특정 무기체계나 지원 수량을 명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방공체계는 러시아의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으로부터 도시와 발전소, 민간인을 보호하는 데 사용됩니다. 공격용 미사일과 달리 방어적 성격이 강하지만, 적의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파괴하는 군사무기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유지해 온 ‘살상무기 직접 지원 금지’ 원칙과 충돌합니다.
한국은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인도적·재정적·재건 지원과 방탄복·헬멧 등 비살상 군수물자를 제공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직접 살상무기를 제공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요청에도 외교부는 “방산물자 제공은 관련 국내법과 정책을 준수하는 가운데 이뤄져 왔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다만 ‘전쟁 중인 국가에는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하나의 명확한 법률 조항으로 규정된 것은 아닙니다. 2023년 대통령실도 “교전국에 대한 무기 지원을 금지하는 법률 조항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물론 아무런 법적 제한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외무역법은 전략물자 수출 시 평화적 목적과 국제평화·안전,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방위사업법도 방산물자 수출에 방위사업청장의 허가를 요구하며, 전쟁이나 외교적 마찰이 예상될 경우 수출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법률상 자동으로 금지된다기보다 정부가 법령에 따른 허가권과 외교·안보적 판단을 통해 제한하고 있는 정책에 가깝습니다.

이번 논쟁의 또 다른 축은 한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유엔 헌장은 다른 국가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는 무력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변 강대국의 위협에 노출된 한국과 같은 국가에는 ‘힘으로 국경을 바꿀 수 없다’는 원칙이 중요한 안보 자산입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방치하면 이 원칙이 약화되고, 장기적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보에도 부정적인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전쟁을 단순한 영토분쟁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규칙 기반 질서를 지키려는 국가들과 러시아·북한 등 권위주의 진영이 충돌하는 전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원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직접 노출돼 있습니다. 국내 방공체계와 요격미사일 비축량을 줄이면서까지 먼 지역의 전쟁을 지원하는 것은 자국민의 안전을 우선해야 할 정부의 책임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방공체계도 실제 전장에서 적의 미사일과 항공기를 파괴하는 무기입니다. 러시아는 이를 한국의 사실상 참전 또는 적대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미사일·핵·잠수함 기술을 추가로 제공한다면 오히려 한국 안보가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한번 살상무기 지원의 선을 넘으면 지원 범위가 요격미사일에서 포탄과 공격무기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는 방법이 반드시 직접적인 무기 지원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대러 제재와 외교적 압박, 인도적·재건 지원, 지뢰 제거 장비와 의료물자 제공만으로도 한국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안보와 대러 관계를 관리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 중견국에 더 적합한 외교라는 주장입니다.
지원해야 한다
한국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군사·의료·물자 지원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침략을 당한 국가가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지금, 한국이 한반도의 특수성만을 내세워 방관하는 것은 역사적 경험과 배치된다는 지적입니다.
방공체계는 상대 영토를 공격하기보다 미사일과 무인기로부터 도시와 민간인을 보호하는 무기입니다. 공격용 무기보다 확전 위험이 낮은 방어용 무기부터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인도주의와 안보 지원을 결합한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이미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은 북한군과 북한 무기의 실전 운용을 견제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한국은 우크라이나가 축적한 드론전·전자전 경험과 기술을 공유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제규범의 수혜국인 한국이 주권과 영토 보전이라는 원칙을 지키는 데 더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선언만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침략을 받은 국가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돕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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